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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Kiki's Delivery Service)'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 상징적인 요소들, 전달하는 메시지

by 화이트팔콘 2025. 3. 8.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1989년에 개봉된 지브리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Kiki's Delivery Service)'입니다. 일본의 여성 소설가인 '카도노 에이코(角野 子)'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Miyazaki Hayao) 감독이 연출과 프로듀서를 담당하였는데, 미야자키 감독이 원안을 작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작품들에 비해 감독의 무게감 있는 주제 의식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으로 명랑하고 활발한 마녀로 등장하는 소녀 '키키(キキ)'는 13살이 되면 수행을 위해 독립해야 한다는 작품 속의 전통에 따라 그 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귀여운 주인공들과 히사이시 조(久石 譲, Joe Hisaishi)가 작곡한 아름다운 OST, 무엇보다 고전 유럽풍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지브리 특유의 몽환적인 배경들이 굉장히 깊이 있고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지브리 영화 중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도 손꼽힙니다.

 

그런데도 이 명랑한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한 소녀의 단순한 성장 이야기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넘어선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성장기의 소녀와 소년들이 겪을 법한 소외감이나 좌절감에 대한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그것입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세밀하면서도 곳곳에 숨겨진 상징적으로 사용된 요소들은 미야자키 감독의 철학적 세계관을 반영하였고, 키키가 겪는 내적 갈등과 좌절, 성장 등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현대인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브리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Kiki's Delivery Service)'의 시공간적 배경, 상징적인 요소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

 

1)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작화 배경을 구상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배경을 그 상당수의 작품이 그렇듯이 실제 배경을 조사하고 직접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작화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전에 소개했던 지브리 작품 중에서 1992년 개봉작인 '포르코 로소(Porco Rosso, 紅の豚)' 같은 경우에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아드리아해 연안과 달마티아 해안을 모델로 하였고, 또한 1997년 개봉작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 Princess Mononoke)' 같은 경우에는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야쿠시마' 섬의 울창한 숲을 직접 방문하여 영감을 받아 배경으로 작화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렇듯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몽환적인 작화 배경을 만든다는 점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큰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코리코(Koriko)' 마을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도시는 유럽풍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인 '코리코(Koriko)'입니다. 주인공 소녀인 '키키'는 이 마을에서 1년간 마녀 수행을 위해 거주하게 됩니다. 이 마을은 실제 존재하는 도시도 아니고, 영화 속에서도 명확하게 특정 국가나 시대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직접 시대와 공간을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제 생각에는 건물들은 유럽의 전통적인 고전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것은 지금 유럽을 방문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옷차림새를 보면 1940년대에서 1950년대 어느 부유한 유럽 국가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생활 요소를 보면 1960년대풍의 슈퍼마켓이나 TV 같은 요소도 보입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정말이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여러 요소를 섞은 듯한 다양함을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주 약간의 스팀펑크(Steampunk)적인 요소가 섞여 있으면서도 20세기 초중반의 유럽의 풍경이나 생활 수준을 담은 모습들이 섞여 있어서 아마 '코리코(Koriko)' 마을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유럽풍의 마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3) 실제 존재하는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작화 배경

하지만, '코리코(Koriko)' 마을의 작화 배경은 지브리 방식이 그렇듯이 실재하는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은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과 스웨덴 남부의 도시 비스뷔(Visby)입니다. 이 두 도시는 미야자키 감독이 작품의 애니메이션 구상화를 위해 조사차 직접 현지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코리코(Koriko)' 마을의 붉은 지붕들과 고풍스러운 돌길, 아름다운 항구는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인 감라스탄(Gamla stan)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중세 분위기가 남아 있는 비스뷔는 전체적인 배경의 아기자기한 골목과 건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인 니스(Nice)의 해안선과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의 멋진 해안 지역도 '코리코(Koriko)'의 아름다운 항구 풍경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작품 속에서는 이런 다양한 현실적인 풍경의 요소들이 조합되어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마을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4) 일본적 감성이 더해진 작품 속 세계관

영화의 작화 배경은 언급했듯이 가상의 20세기 초중반의 요소와 풍경을 담은 유럽풍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동시에 섬세한 일본적인 감성이 곳곳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소녀인 '키키'가 마녀로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과 성장 과정은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를 따랐던 것 같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혼자서 독립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일본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무엇보다 지브리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잔잔한 일상 묘사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로움이 '코리코(Koriko)' 마을에도 녹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키키'가 우연히 도움을 주게 되어 그 인연으로 기거하면서 제과점 가게의 일을 도우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물건들을 배달하는 모습은 지극히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일본의 섬세함과 일상을 그려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유럽풍의 아름다운 코리코 마을의 모습을 닮은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아기자기한 골목길의 창작 이미지

2. 영화에서 상징적으로 그린 요소들

 

1) 자아 찾기와 성장

이 작품에서는 13살의 명랑한 마녀 소녀 '키키'가 전통에 따라 마녀가 없는 마을에서 1년간 활동한다는 기본적인 설정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성장의 본질을 그린 것 같습니다. 마녀 세계의 전통에 따라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 정착한 13살의 '키키'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독립과 자아 발견의 과정을 온몸으로 겪습니다. 이때 영화에서 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인 키키의 '빗자루'는 키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빗자루에 다소 어색해하고 불안해하지만, 점차 큰 날개를 펴며 자신감을 얻고 배달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나갑니다. 그러나 영화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밖에 없는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의 자아 혼란과 자신감 상실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대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불안과 정체성 고민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2) '지지(ジジ)'와 '톰보(トンボ)'의 상징

키키와 함께 1년 간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인 검은 고양이 '지지(ジジ)'는 흥미롭게도 영화 설정상 마녀인 키키와 대화가 가능한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지지와 자유롭게 소통하지만, 후반에서 키키가 자신감이 흔들리고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때 날지 못하고 지지와의 소통도 단절되고 맙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지지'는 그녀 내면의 목소리 역할을 하며 키키의 감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라고 봤습니다. '키키'가 처음으로 마을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던 '톰보(トンボ)'라는 소년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발명에 재능이 있고 날아가는 프로펠러 자전거를 발명한다든지, 마을에 불시착한 비행선 등 날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인 키키에게도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았습니다. 일본어로 '잠자리'를 뜻하는 '톰보(トンボ)'라는 이름으로 주변에게 애칭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이 소년도 참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키키'처럼 성장의 과정에서 좌절하는 등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3) '우르술라(ウルスラ)'의 상징

영화 속에서 '키키'나 '톰보'의 나이보다 다소 나이가 있어 보이는 '우르술라(ウルスラ)'라는 19살의 여성 화가도 참 인상적입니다. 그녀와는 배달 중 손님의 물건을 떨어뜨린 키키가 인형을 찾으러 갔다가 숲속 오두막에서 만나게 되는데, 희한하게도 그녀는 작중에서 단 한 번도 남들에게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녀는 키키가 실의에 빠졌을 때, 진심 어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저에게도 동시에 위로와 안심이 되는 듯한 인물이었습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미야자키 감독이 실의에 빠졌을 때, 위안과 용기를 얻었던 판타지 소설 '어스시 연대기(The Earthsea Cycle)'의 작가인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미야자키 감독이 관객들과 공감하고픈 위로와 용기를 주는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1) 영화가 말하는 성장

영화 속에서 키키는 베이커리 가게에서 기거하면서 그나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배달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의 첫 배달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바람에 휩싸이다가 숲에 떨어지고, 손님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난리였기 때문입니다. 키키는 그 외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의 어려움, 경제적인 문제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부딪힙니다. 물론 1980년대 후반에 개봉된 일본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큰 문제들만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이나 사회 초년생이 현실 사회를 마주하며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도 연결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를 13살짜리 마녀인 키키의 성장 과정을 대입하여, 성장이란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 같았습니다.

 

2) 상실의 과정

영화 후반에서는 키키는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겪고 명랑함과 자신감을 잃고, 일시적으로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됩니다. 그녀의 동반자인 고양이 '지지'와의 대화도 단절됩니다. 이것은 그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실에서도 우리가 문제들과 역경을 마주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릴 때와 닮아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현대인의 '번아웃 증후군'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번아웃 증후군'과는 조금 다른 양상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상실에 좀 더 가깝습니다. 복잡한 심경을 겪고 나면, 사람은 자신감을 잃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잘 알듯이 한번 자신감을 잃으면 원래 잘하는 것도 못 하게 됩니다.

 

3) 영화가 전달하는 위로와 조언

키키가 일시적으로 날지 못하자 일시적으로 배달일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키키의 명랑함도 사라졌습니다. 그때 숲에서 만났던 화가인 '우르술라'가 키키를 찾아와 짧게 여행을 떠나고 그녀와 시간을 보내며 건넨 용기와 현실적인 조언 덕분에 키키는 깨달음과 위로를 얻습니다. 지금 당장은 하늘을 날지 못하는 문제가 눈 녹듯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정적인 순간에 키키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자신의 능력을 찾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성장이나 자립이란 단순히 혼자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미야자키 감독이 전하고자 한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와 똑 닮아 있었습니다. 상실의 과정에서도 키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연민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연출이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

지브리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Kiki's Delivery Service)'는 언뜻 보기에는 명랑한 작품이자 한 소녀의 성장 애니메이션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관객들에게 나름의 깨달음이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키키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은 현대 사회에서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 혹은 소년이나 소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성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지브리 영화 특유의 따뜻한 감성 속에 녹아든 위로나 조언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나 성장은 남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기보다는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기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