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밀로스 포먼(Milos Forman, 1932-2018) 감독이 연출하여 1984년에 개봉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삶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를 소개하겠습니다. 워낙 고전 명작이라 영화를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세밀한 전기 영화가 아닌, 사극 영화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든지, 영화적인 상상을 통해서 가미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면서도, 모차르트의 예술과 천재성, 질투와 인간의 한계를 철저히 탐구했던 작품입니다. 특히 궁정음악가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모차르트의 모습은 신이 내린 천재성과 더불어 인간적인 나약함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에서 살리에리 역할을 맡았던 F. 머레이 에이브러햄(F. Murray Abraham)과 모차르트의 역할을 맡았던 톰 헐스(Tom Hulce)의 열연으로 영화가 개봉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클래식 음악 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평론의 찬사도 아낌없이 주어졌는데, 1985년 제5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F. 머레이 에이브러햄이 수상)까지 포함하여 무려 8개가 넘는 상을 휩쓸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된 18세기의 오스트리아 빈의 아름다운 모습과 화려한 의상이나 가발, 오페라 공연들의 장면까지 198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화려한 영상미로도 매우 유명한 영화입니다. 취향의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저는 이런 굉장히 고전적인 건축이나 실내 공간들이 많이 나온 영화가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모차르트 음악의 사운드트랙도 정말 눈부십니다. 지구상에서 살았던 음악가 중 가장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가 남긴 교향곡이나 실내악, 협주곡, 오페라, 레퀴엠이 작품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감동과 예술의 미를 전하는 듯합니다. 평생 600곡 이상을 남긴 모차르트의 수많은 음악 중에서 어떻게 그렇게 영화의 내용이나 영상미와 잘 어울리는 음악들은 그렇게 적재적소에 배치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표현 방식과 살리엘리의 열등감, 그리고 연출의 완성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영화에서 표현된 모차르트의 천재성
1) 연출된 모차르트의 모습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차르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위대한 작곡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표현됩니다. 보통 천재 음악가라고 한다면 고상하고, 교양있고, 근엄한 모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모차르트는 과연 이 사람이 지구상 최고의 천재 음악가 중 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경박하고 유치하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영화에서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그의 천재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2) 모차르트의 천재성
영화에서 쉼 없이 들려주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의 피나는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의 산물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오페라를 단숨에 작곡해 내고, 악보를 수정할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그의 음악이 신이 내린 재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추정 IQ가 200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모차르트의 노력
하지만, 그는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는 즉흥적으로 음악을 작곡하기보다는 대다수의 경우에는 오히려 분석적이고, 신중하며, 노력했던 음악가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상에서도 모차르트의 아내가 살리에리에게 모차르트가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악보를 쓰며 일한다고 하소연하는 장면이라든지, 살리에리에게 고용된 하녀가 모차르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리에리에게 보고할 때도 저녁때까지는 꼼짝하지 않고 악보를 쓰고만 있다는 것을 보면 영화에서 역시 모차르트의 노력성을 보여줍니다.
4) 모차르트의 결함과 한계
동시에 영화는 아무리 천재적인 사람이더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결함이나 나약함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모차르트는 술을 좋아하고, 다소 충동적이며, 교양 없게도 궁정에서 예의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유로운 인물입니다. 이러한 성격과 모습들은 그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과 완전히 대비되며, 완벽한 천재도 인간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2. 영화에서 표현된 살리에리의 열등감
1) 연출된 살리에리의 열등감
영화의 중요한 갈등 요소라든지, 혹은 깊은 내면을 파고드는 장면의 상당수는 궁정악장 살리에리의 질투에서 비롯되어 관객들에게 보입니다. 사실상 살리에리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밀라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악장이라는 높은 위치에까지 올라갈 만큼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후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열등감에 빠져 심히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2) 살리에리의 분노와 좌절
열등감이 얼마나 심했던지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신을 향한 경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에게 분노하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작곡한 곡을 모차르트가 별로라고 평가하고, 자신의 음악을 서슴없이 고쳐나가자, 신이 자신에게는 음악을 향한 열정만 가득 채워주셨을 뿐 재능은 자신이 아닌 간절함도 없는 모차르트에게 모든 재능을 부여한 것에 분노합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심이나 열등감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굉장히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3) 열등감의 대명사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어떻게든 몰락시키기 위해 다양한 계략을 꾸밉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 본성의 사악하고 어두운 면을 철저히 탐구한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에 느끼는 뼈아픈 고통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살리에리는 영화가 개봉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사실상 열등감에 빠진 인간을 표현하는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특히 살리에리의 시점에서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방식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살리에리의 질투를 이해하고, 때로는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4) 왜곡된 살리에리의 열등감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그렇게 심한 열등감을 느꼈는지는 의문입니다. 지금에야 모차르트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음악가라고 손꼽지만, 당시 음악가로서의 위상은 오히려 살리에리가 더 높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의 내용처럼 모차르트와 사이가 나쁜 적도 있었지만, 이는 살리에리의 열등감이 아니라 모차르트 개인의 성격 때문에 빚어진 갈등이었다고 분석됩니다. 그의 위치도 전혀 열등감을 가질 바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음악의 중심지인 빈의 궁정악장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였고, 그 제자 중에는 무려 어린시절의 베토벤과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2016년에는 살리에리와 모차르트가 공동으로 작곡한 곡이 발견된 것을 보아 아마 영화에 나온 모차르트에 대한 살리에리의 열등감은 아마 상당수가 왜곡되었거나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3. 모차르트 음악들과 화려한 연출
1) 음악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개봉된 지 4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클래식 음악 영화 중 음악을 영화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한다면, 사실상 모든 음악 영화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은 당연하겠지만, 모두 모차르트의 실제 작품으로, 각 장면의 분위기와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2) 영화에서 활용된 모차르트의 주요 작품
제가 생각했을 때, 모차르트의 장례 장면에서 활용된 '레퀴엠(Requiem in D minor, K. 626 / Mozart's Requiem, K. 626)'은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효과를 보였고, 화려한 오페라 장면에서 활용된 '마술피리(Die Zauberflte, K. 620 / The Magic Flute, K. 620)'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연출력이 돋보이는 순간을 너무나도 조화롭게 나타내었다고 봅니다. 또 궁정에서의 공연 장면에서 활용된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K. 492 / The Marriage of Figaro, K. 492)' 역시 당시 오페라 문화와 사회적 계급을 완벽하게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3) 화려한 연출
또한, 이 영화는 1980년대에 연출된 영화치고 굉장히 눈이 호강하고 황홀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당시 오스트리아의 클래식한 건축이나 공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장센과 의상과 가발들, 특히 실내 세트 디자인은 18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문화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였으며, 건축과 실내 공간, 클래식 음악, 귀족 문화의 우아함을 더욱 강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총 결합하면서, 영화 '아마데우스'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남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 숭고한 예술과 인간의 갈등을 그린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살리에리의 평범한 재능, 신에 대한 원망과 인간의 질투심, 그리고 예술과 고통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의 음악적인 연출과 시대적 고증을 통해 더욱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살리에리의 시점을 보면,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마주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이 영화를 꼭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문화의 화려한 영상미가 거의 완벽하게 결합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감명과 깊은 통찰을 주는 영화입니다. 한 인간의 천재성과 그로 비롯된 한 인간의 한계를 동시에 탐구하는 이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의 본질과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