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토미히코(森見登美彦,Tomihiko Morimi) 작가의 2010년 원작 소설 작품을 이시다 히로야스(石田祐康, Hiroyasu Ishida) 감독이 연출하여 애니메이션 영화로 2018년에 개봉한 '펭귄 하이웨이(ペンギン・ハイウェイ, Penguin Highway)'는 개봉 당시 독특한 설정과 신비로운 스토리에 감성적인 연출과 아름다운 작화로 많은 관객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펭귄 하이웨이'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夜は短し けよ乙女)' 등의 작품으로 일본 소설계 평단의 인정과 대중의 관심을 얻은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의 학구적인 배경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는 교토대학에서 응용 생명과학을 전공한 과학 수재인데,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상상되는, 과학에 깊은 호기심을 가진 '아오야마'라는 이름을 가진 영특한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남극에나 있어야 할 신비로운 펭귄들이 소년이 살고 있는 일본 나라현 이코마시에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분위기와 철학적인 메시지, 아름다운 작화 덕분인지 제42회 일본 아카데미 상 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연출과 작화를 유독 유심히 평가하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평론가인 오구로 유이치로(小祐一, Yuichiro Oguro)가 이 작품을 호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펭귄 하이웨이'의 배경 디자인, 설정과 연출 방식,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배경 디자인
1) 이코마시의 풍경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
영화의 배경은 일본 나라현의 이코마시(生駒市) 기타야마토(北大和) 일대를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코마시는 오사카와 나라를 잇는 교외 도시로, 조용한 주택가와 푸른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언덕길이나 전봇대가 늘어선 골목, 학교, 푸른 초원 등의 풍경이 이코마시의 실제 모습과 유사하거나 혹은 실제 존재하는 곳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이러한 자연적인 배경이 영화에 따뜻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부여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은 개울과 울창한 숲 역시 이코마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마치 실제 장소를 여행하는 듯한 아름다운 느낌을 줍니다.
2)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배경 연출
영화 초반에는 실제 풍경을 충실히 반영한 평화로우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이 강조되지만, 점차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마을에 돌연 펭귄들이 나타나는 장면은 현실 속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보입니다. 즉, 이 작품은 일본의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하되, 점차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연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독 이 작품에서 영화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적인 탐구 방식과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들, 그리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객들에게 다가갑니다.
2. 영화의 연출 방식
1) 영특함과 순수함이 가득한 '아오야마'
영화 '펭귄 하이웨이'의 독창적이고 판타지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년 아오야마는 언급했듯이 굉장히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 소년으로, 늘 침착하고 자존심도 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순수함도 갖고 있어 많은 관객이 이 소년의 멋진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2) 신비롭고 묘한 매력을 지닌 '치과 누나'
아오야마가 자주 방문하는 치과에서 치과위생사에서 근무하고 동시에 아오야마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는 '치과 누나'도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치과 누나'는 신비롭고, 성숙하지만,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그녀와 아오야마의 관계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특별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치과 누나'를 연기한 배우인 아오이 유우(蒼井 優, Yu Aoi)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치과 누나'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이 작품의 진 주인공인 귀여운 펭귄들 역시 빠질 수 없는 등장 생물입니다.
3) 아오야마의 현실적이고 개성적인 주변 인물
또한, 아오야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탐험대를 같이 조직한 영특한 소년 우치다와 새로 전학온 하마모토, 그리고 아오야마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항상 짓궂은 장난을 치는 스즈키 역시 영화에서 각각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각각 현실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영화의 감초 역할을 하며,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습니다.
4) 부드럽고 따뜻한 작화 스타일의 연출방식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부드럽고 따뜻한 작화 스타일의 연출 방식입니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세밀하게 표현된 자연 등의 배경과 공간, 그리고 인물들은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작화의 가장 훌륭한 장면은 바로 펭귄들이 등장하거나 활약하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귀엽고 활기찬 펭귄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즐겁고, 동시에 이야기 속의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역시 부드러운 작화를 음악과 함께 녹여 유려한 애니메이션 기술로 표현되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였습니다.
5) 무라카미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
영화의 감독인 무라카미 타이스케 연출 방식은, 설정상 과학적이고 탐구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는 이과적인 스토리에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을 더 하여 그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오야마가 연구하는 장면들이나 우치다와 함께 탐험하는 장면들은 마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정경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일어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사건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치과 누나와 아오야마의 관계는 대사보다는 미묘한 표정과 행동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감정들을 연출하였습니다.
3. 성장과 이별을 담은 철학적인 메시지
1) 생각의 폭을 넓힌 메세지
영화의 중간 부분까지 보게 되면 '펭귄 하이웨이'는 단순한 모험이나 탐구적인 애니메이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과학이나 신비로운 사건들을 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비로소 영화는 성장과 이별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특히 마지막에 치과 누나가 떠나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해 줍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도 간간히 만남이나 헤어짐에 관한 철학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과학이나 탐구라는 주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사람의 생각에 폭을 넓혀주는 메세지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성장과 이별이 담긴 메세지
영화의 내용은 아오야마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언젠가는 소중한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이 과정이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성장의 일부라는 점을 감독 특유의 따뜻한 연출로 보여줍니다. 아오야마는 영화 줄거리 내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며, 주로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과학적인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비로소 경험합니다. 특히 치과 누나와의 특별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그는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는 이야기
이 과정은 현실 속에서도 겪는 경험과 닮아 있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판타지 이상의 감동을 전해줍니다. 동시에, 영화는 논리적이고 명쾌한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대신, 신비로움을 남겨둠으로써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였습니다.
결론
영화 '펭귄 하이웨이'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감성적인 작화,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단순한 성장 애니메이션을 넘어,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과 더불어 인생과 탐구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아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일본의 과학 소년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펭귄 하이웨이'처럼 과학 소년들이나 한때 과학 소년이었을 어른들에게 바치는 깊이 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문화도 참 멋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