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he Movie: Mugen Train Arc, 劇場版 鬼滅の刃 無限列車編)'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그뿐 아니라 2022년에는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네스 기록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귀멸의 칼날'의 작가인 고토게 코요하루의 원작을 충실히 따라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출, 감동적인 캐릭터들의 서사가 어우러져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지브리 작품을 제외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오랫동안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우연히 접한 '귀멸의 칼날' 시리즈는 정말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개인적으로 '귀멸의 칼날'은 만화책으로 접하는 것도 좋지만 극장판이나 애니메이션이 훨씬 '귀멸의 칼날'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ufotable'의 완벽주의적이고 세밀하며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뛰어난 작화 실력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he Movie: Mugen Train Arc)' 렌고쿠 쿄주로의 서사, 작화와 연출, 사운드와 음악등에 알아보겠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감상 후 읽어주세요!
1. 렌고쿠 쿄쥬로의 서사
1) 염주(炎柱)로서의 책임감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인 렌고쿠 쿄쥬로는 귀살대에서 불의 호흡을 사용하는 '염주(炎柱)'로, 귀살대 최고 간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강인한 신념과 정의감을 지닌 인물로, 악에 맞서 싸우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며 영화에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달리는 무한열차 안의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고, 귀살대의 주(柱)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강한 책임감은 렌고쿠가 단순한 전사(戰士)가 아니라,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책임감 있는 리더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2)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성격
렌고쿠가 단순히 강한 캐릭터라서 굉장히 냉정할 것 같지만, 매우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항상 밝은 얼굴로 후배들을 격려하며, 무한열차에서 귀살대 3인방인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를 만났을 때도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의 유쾌함은 단순한 긍정주의적인 성격이 아니라, 귀살대라는 가혹한 현실 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끊임없는 긍정적인 태도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귀살대 3인방과 주변 인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존재로 표현되었습니다.
3) 승객들을 지키기 위한 전투
이번 영화에서 렌고쿠와 귀살대 3인방은 하현의 혈귀 중 가장 강한 '엔무'와 그의 악몽 공격으로부터 달리는 무한열차 내의 승객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렌고쿠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으로 귀살대원들을 지휘하며, 압도적인 실력으로 적을 물리치는데 노력합니다. 그는 치열한 싸움 속에서도 승객 중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내지 않으려는 강한 책임감을 보이며, 심지어 부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불타는 정의감과 뛰어난 리더십, 그리고 강한 실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과 큰 인기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저 역시 귀살대 3인방이 주인공인 것 같았지만, 이제보니 사실상 진 주인공은 렌고쿠인 것 같습니다.
4)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의지
무한열차 사건이 끝난 뒤, 렌고쿠는 갑자기 나타난 상현의 혈귀 '아카자'와 맞서게 됩니다. 이 장면은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렌고쿠의 서사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카자는 렌고쿠의 뛰어난 실력을 보고 차라리 혈귀가 될 것을 제안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처럼 강해질 기회를 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렌고쿠는 단호하게 이를 거부하며,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삶과 귀살대원의 신념을 지키고자 합니다. 렌고쿠는 극한의 부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싸우며, 동시에 귀살대의 후배들이 끝까지 살아남아 귀살대원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메세지를 남깁니다. 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의지'의 승리를 의미하는 장면으로, 그의 서사가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정말 멋진 영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 작화와 연출의 완벽한 조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저는 지브리 작품을 제외하면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마지막으로 본 201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작화 기술의 정교함과 디테일이 많이 발전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완성도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제작을 담당한 'Ufotable' 사의 압도적인 작화와 연출 실력 덕분입니다.
1) 화려한 액션 연출
영화에서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전투 장면은 유려한 카메라 워크와 디테일한 작화로 사실상 극장 애니메이션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세웠습니다. 주인공 탄지로의 물의 호흡이나 렌고쿠의 불꽃의 호흡이 각각 펼쳐지는 장면은 확실히 다소 과한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색감과 이펙트의 조화가 무척이나 뛰어나며, 애니메이션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특히 물과 불의 대비를 극대화한 컬러 연출이나 한 프레임마다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세밀한 작화는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제작사 특유의 훌륭한 3D와 2D 애니메이션 기술적인 조화가 돋보이는 연출이었습니다.
2) 색채 연출과 대비
영화에서는 감성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부드러운 색감과 대비되는 어두운 분위기가 극적인 효과를 감성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무한열차편의 색감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렌고쿠와 아카자의 전투 장면에서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강렬한 대비가 사용되었습니다. 렌고쿠의 따뜻한 불꽃과 아카자의 냉혹한 푸른빛의 공격이 부딪히며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러한 색채 대비는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두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3) 3D와 2D 애니메이션의 조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은 제작사의 제작 방식 특성상 3D 애니메이션과 2D 작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제작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증기 기관차인 무한열차가 움직이는 장면이나 엔무의 기괴한 능력, 치열한 전투 장면 등에 다양한 3D 그래픽이 사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생동감 있는 화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입자 효과 및 물리 기반의 시뮬레이션인 Houdini나 어도비사의 After Effects 등을 적극 활용하여 물의 호흡이나 불꽃의 이펙트 같은 표현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지브리를 비롯해서 보통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단가나 한정된 시간 등으로 인해 하청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Ufotable' 사는 자체 제작팀의 뛰어난 능력으로 하청 없이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감정을 극대화하는 사운드와 음악
1) 뛰어난 음악과 사운드 연출
이번 영화의 화려하고 밀도 높은 전투 장면과 더불어 감동을 배가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나 사운드의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LiSA가 부른 주제곡인 '炎(불꽃)'은 귀살대의 핵심 간부인 염주 '렌고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감동이 맞물려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하였던 것 같습니다. 전투 장면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사용되며, 조용한 감정선에서는 섬세한 피아노 선율이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주요 음악들은 오케스트라와 전통 일본 악기를 조합하여, 극적인 장면마다 완벽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렌고쿠와 아카자의 치열한 결투 장면에서 삽입된 음악은 화면의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전투의 절박함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빠른 템포의 타악기와 웅장한 현악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것 같습니다.
2) 성우들의 감동적인 열연
이번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성우들의 뛰어난 연기 역시 캐릭터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렌고쿠 역을 맡은 히노 사토시(日野 聡)는 렌고쿠 특유의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성격을 그의 중후한 목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해냈으며, 특히 그의 마지막 대사는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카자 역을 맡은 중년 성우인 이시다 아키라(石田 彰)의 연기 역시 냉혹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담아 연기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 같습니다.
결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넘어서 스토리와 연출, 감정선, 작화,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투 장면을 다채롭게 확장하고, 감정선을 보다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며, 애니메이션만의 강점을 극대화했습니다.
제작사인 'ufotable'의 압도적인 기술과 작화 실력, 렌코쿠의 멋진 서사와 연출, 감동적인 음악과 사운드, 성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화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TV 애니메이션 1기 '귀멸의 칼날'과 본 글의 주제였던 '무한열차 편'(극장판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2기인 '환락의 거리편', 3기인 '도공 마을편', 4기인 '합동 강화 훈련편'에 이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劇場版 鬼滅の刃 無限城編,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he Movie: Infinity Castle Arc)'이 3부작으로 구성되어 그 중 1부가 올해(2025년) 안으로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벌써 기대가 됩니다.